기획특집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스마트그리드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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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21회 작성일 24-08-14 11:59본문
탄소중립 달성과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각국은 자국 산업 우선 정책과 보호무역주의 강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과 EU가 최근 제정한 탄소중립 산업법(Net-Zero Industry Act)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탄소국경조정제(CBAM :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탄소배출권거래시스템(ETS : Emissions Trading System), 탄소세(Carbon Tax) 등 탄소중립 관련 정책들이 수출 시 제약으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하였고, 2023년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하 분산에너지특별법)’을 제정하여 올해 6월 14일부터 시행되었다. 분산에너지특별법은 연간 20만MWh 이상 사용 시설의 분산에너지 설치 의무화, 계약 전력 10MW 이상 시설의 전력계통영향평가 대상 지정, 특화 지역 내 전력 거래 특례 허용, 지역별 전기요금제 도입의 근거 마련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는다. 또한 함께 개정된 전기사업법은 통합발전소(VPP : Virtual Power Plant) 사업 정의조항을 신설하여 전력시장 참여를 가능하게 하였다. 이는 기존의 전력공급 방식과 전력망 운영, 전력 거래 및 전력시장 체계의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또한 분산에너지는 장거리 송전망(Transmission System)이 있어야 하는 기존의 대규모 발전소와 달리 수요 지역 인근에 설치되는 소규모 발전시스템이다. 태양광 발전, 풍력 발전, 수력 발전, 지열 발전, 연료전지발전, 바이오매스 발전 등이 대표적인 친환경 분산에너지이고, 전기와 열을 공급하는 집단에너지와 40MW 이하의 발전 설비,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을 포함한다. 분산에너지 기반의 전력시스템의 이점은 장거리 전력망 건설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대규모 투자 부담을 줄여 사회·경제적 편익을 지역에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RE100 기업이나 신규 전력망 건설 지연으로 인해 필요한 전력을 원활하게 공급받지 못하는 기업들의 청정에너지 분야의 투자 촉진과 직접전력거래 방식 허용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전력자립률이 낮은 지역의 분산에너지 신규 설치와 자립률이 높은 지역으로의 산업 유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분산에너지 활성화는 기존의 전력망 운영시스템이나 전력거래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고, 극복해야 할 도전 과제도 많다. 발전 설비의 소형화와 제어하는 발전소 수의 증가, 계절 변화와 시간에 따른 재생에너지 발전의 출력 변동과 해당 지역 및 시간대별 수요와의 불일치 등이 직면하고 있는 이슈들이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인 전기화(Electrification)에도 주목해야 한다.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는 20% 수준이나, 탄소중립 시나리오 달성을 가정하는 경우 건물, 수송과 산업 분야에서 증가하는 청정 전기 수요를 고려하면 50% 이상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2배 이상의 송전망과 배전망의 용량 증설이 필요하다. 발전 자원의 종류와 용량 변화, 수요 지역과 공급 지역 간 불일치 등을 고려한 효율적인 전력망 투자와 전력망의 신뢰성 확보를 위한 기술 해법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 분산에너지와 전력망
기존의 전력망은 대규모 석탄화력발전, 원자력발전, 가스 발전에서 공급되는 전력을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을 비롯한 도시지역과 주요 산업단지와 산업 설비에 전력을 공급하는데 적합하도록 송전망과 배전망을 구축해 왔다. 따라서 전력망은 해안가에 위치하는 대용량 발전소에서 전력의 주요 수요처인 수도권과 산업 설비가 위치한 지역으로 전력을 보낼 수 있도록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변전소와 선로가 밀집되어 있다. 반도체, 이차전지 등 새로운 제조 공장과 신도시, 데이터센터 건설로 인해 수도권의 전력 수요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수도권에 발전소를 건설하거나, 345kV 이상 송전망 건설이 불가피하다.
태양광이나 풍력의 경우 일조량이나 바람의 조건에 따라 입지가 결정되고, 발전단가 등 경제성 측면에서 남부 지역이나 서남해안과 동해안 지역이 선호된다. 하지만 이 지역은 기존에 전력망 용량에 여유가 적고, 주요 전력 수요 지역과 거리가 멀다. 정부는 투자 경제성과 전력망 이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전력망 건설 기간을 고려하여 2023년 ‘전력계통 혁신방안’을 발표하였다. 분산에너지의 이점인 지산지소(地産地消), 즉 수요지 인근에서 발전하여 지역에서 소비하는 방식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전력망과 전력시장·제도의 혁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력시장은 하루 전에 다음날 수요를 예측하고 한국전력거래소(KPX) 회원인 발전사업자들이 입찰을 통해 시간별로 전력 판매량과 판매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도매시장이 주된 전력 거래 방식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환경과 조건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실시간 시장과 안정적인 전력망 운영에 필요한 신규 보조 서비스 도입, 직접거래(PPA) 확대 등을 통해 분산에너지와 지역 단위 전력시스템 구축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것이다.
2. 주요 신기술
1) 통합발전소(VPP)
재생에너지는 계절이나 시간대에 따라 발전 출력변동이 크고, 수요에 맞춰 출력을 제어할 수 없어 전력망에 큰 부담을 유발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적 해법이자 새로운 사업 모델 개념이 통합발전소(VPP : Virtual Power Plant)이다. 다수의 소규모로 분산된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 설비를 하나의 발전소처럼 통합 운영하고, 전력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구현하는 기술이다.
통합발전소는 공급형 자원 외에도 수요형 자원과 섹터커플링(Sector Coupling) 자원을 활용해 다양한 자원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 에너지 저장 인프라, 건물 냉난방, 산업 공정, 수송 등 전력 이외 부문의 에너지 수요를 통합해 실시간 수급 밸런싱과 전력망 안정화를 위한 유연성 자원(Flexible resource)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전력 보조 서비스 시장 참여도 가능하다. 실시간 전력 수급 상황을 고려한 발전계획과 가격 예측 기반의 경제성 입찰을 위한 최적 포트폴리오 구성과 입찰 의사결정 프로세스 최적화 기술이 통합발전소 사업자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다.
계절적 요인과 기상 조건에 따른 태양광, 풍력 발전설비의 정확한 발전량 예측은 실시간 전력 수급 밸런싱과 전력망 안정성 확보에 근간이 되는 기술이다. 지역 단위와 전국 단위를 대상으로 단기(24시간 이내, 시간별, 15분 단위 등) 예측과 중기(48시간 이내 등), 장기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는 기술은 통합발전소 사업자가 전력시장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데 중요하다.
2) 직류(DC) 전력망
전력반도체 기반의 고전압 대용량 전력변환설비 기술의 발전에 따라 기존 교류(AC) 전력망에 비해 강점을 갖는 적용 분야를 대상으로 직류(DC) 전력망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 장거리 송전망의 권역별 연결이나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 단지의 전력망 접속, 지중 선로나 해저 선로 구간 등에서는 초고압직류송전 기술인 HVDC(High Voltage DC)를 적용하고 있다. 배전망에 적용되는 MVDC(Medium Voltage DC)와 상업용 빌딩과 산업단지 등 수용가단에 적용되는 LVDC(Low Voltage DC)로 직류 전력망 기술은 적용 범위와 용도가 확대될 것이다.
전력변환장치, DC 전력 케이블, DC 차단기, DC 전압/전류 측정기 등의 신기술과 함께 기존 AC 기반 전력망과의 연계를 위해 전력망 혼잡도 관리, 조류(전력 흐름의 용량과 방향 등) 제어, 보호·협조 체계 구축 등 안정적(Reliable)이고 복원력(Resilience)을 갖춘 AC/DC 하이브리드 전력망 운영시스템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
3) 그리드포밍 인버터
태양광 발전, 풍력 발전, 연료전지, ESS 등 인버터 기반 전원의 증가로 계통 관성 저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계통 관성은 전력망 사고 발생 시 초기에 주파수 하락 속도와 정도를 낮추어 계통 붕괴를 막고, 전력망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리드포밍 인버터(Grid Forming Inverter)는 전압원으로 동작하여 전력망의 전압 및 주파수 제어, 유무효전력 보상, 정전 복구 시 재시동(Black start) 기능 등 전력망 안정화와 복원력을 높이는 기술이다. 또한 기존 전류원으로 전력망의 기준 주파수와 전압을 수동적으로 추종하는 그리드팔로잉 인버터(Grid Following Inverter)와 대비되는 신기술이다.
분산에너지의 전력망 접속 확대에 대응하여 인버터 기반 전력망 모델링과 분석 기술, 그리드포밍 인버터 제어 기술, 상호운용성 평가, 전력망 운영 규정 및 기술 기준 등 기술개발과 실증이 필요하다. 그리드포밍 인버터의 상용화와 도입을 앞당기기 위해 정부는 분산에너지 원별 그리드포밍 자원화를 위한 토폴로지 설계와 인버터 핵심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 미국 EPRI와 NREL은 자국 내 40개 기업과 대학 등이 참여하는 2,500만불 규모의 그리드포밍 기술개발과 상호운용성 테스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4) 마이크로그리드
산업단지, 중요 시설, 커뮤니티 등 적용 대상별로 분산에너지를 수용하여 수요처별 특성에 맞도록 에너지의 공급과 수요를 마이크로그리드로 구성하여 운영하는 기술이다. 산업단지의 경우 에너지자립률을 높여 경제성을 개선하거나 안정적인 전력 공급 시스템을 확보하고, 탄소 배출 저감과 RE100 달성 등의 목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국가중요시설인 공항 및 항만과 군부대도 재난, 재해, 정전 등 비상 상황에 대비하여 비상전원이나 무정전에 특화된 신뢰성 모델로서 마이크로그리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마을 단위 또는 커뮤니티 대상의 마이크로그리드는 전력망에 부담을 줄이는 자가소비형 분산에너지와 시민참여형 수요자원(DR) 이용, EMS(Energy Management System) 기반의 효율 향상 모델로 상용화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핵심 경쟁력은 마이크로그리드 내부의 에너지 생산·소비 최적 밸런싱과 에너지자립률을 높이는 기술로 AI 기반 통합 모니터링 및 제어, 배전망 운영자(DSO) 시스템과 연계하는 다중 마이크로그리드 운영 시스템 등을 갖추는 것이다.
5) 전력망 비증설투자대안(NWA)
송배전망 설비 증설의 지연 또는 회피를 목적으로 분산 발전원(DG),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에너지 효율 자원(EE), 수요 반응(DR), 전기차 충전(EVC) 인프라, 전력망 운영 소프트웨어 등 비전통적인 전력망 솔루션을 이용하여 부하를 감소시키는 기술이다. NWA 기술을 활용할 경우 기존 전력망에 접속하거나 전송할 수 있는 한계 용량(Maximum Hosting Capacity)을 증대하거나, 전력망에 대한 신규 투자 절감과 전력망의 이용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과부하 및 과전압 해소와 재생에너지 계통 접속 확대를 위해 전력망 선로 증설이 아닌 민간이 소유한 분산 발전원 및 유연성 자원(DR, +DR, EVC, ESS 등), 전력-비전력 간 섹터커플링 기술을 활용하여 최적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운영한다. 이 경우 지역별, 선로별, 시기별 NWAs 자원의 최적 구성과 도입 우선순위 도출 기술이 중요하다. 미국 ERPI는 NWAs 자원별로 상이한 조달 기간, 제약 조건, 가용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효과적으로 자원을 선정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제안하였다. 뉴욕 주변 지역의 유틸리사인 ConEdison은 전력 피크 해소에 효과적인 DR, ESS, EE 자원을 중심으로 NWA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3. 신기술 전략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해서는 전력망 이슈를 해결해야 하며, 신기술 개발과 함께 전력시장 및 제도의 고도화가 필요하다. 태양광, 풍력, ESS 등 저탄소 분산에너지 증가와 에너지 소비의 전기화로 인한 전력망 투자와 전력망 운영시스템의 구조적 변화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체 신기술 확보가 중요하다. 전력망은 국가별로 상이한 운영 체계와 기술 기준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력망과 전력시장 운영 주체인 DSO(배전망 운영자), TSO(송전망 운영자)와 ISO(전력시장 운영자) 간 정보 공유, 전력 도매시장과 보조 서비스 시장을 고려한 실시간 시장 관제시스템과의 협조 운영시스템 개발도 병행되어야 한다. 전력망의 디지털화와 관련하여 통신 및 데이터 표준화와 사이버 보안 위협을 분석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보안 솔루션도 반드시 갖춰야 할 신기술 분야이다.
<참고문헌>
1) QYResearch “GLOBAL LOW VOLTAGE DIRECT CURRENT (LVDC) MARKET REPORT”, 2023
2) ICEMS, “Research on the Converter for Power Supplying and Implementation of Power Quality in Low Voltage DC Distribution Network”, 2021
3) IEEE, “Protection System for LVDC Distribution Networks Using a Fault Current-Limiting Converter and Protection Zones”,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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