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지식으로 연결되고, 에이전트로 판단하는 공장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9회 작성일 26-08-13 16:37

본문

온톨로지 기반 AI 에이전트가 여는 공정 최적화의 다음 단계

 

공장에는 데이터가 넘쳐난다. 그러나 데이터가 많다고 해서 의사결정이 더 빨라지는 것은 아니다. 센서와 설비, MES와 ERP가 쏟아내는 데이터는 서로 다른 형식과 언어로 흩어져 있으며, 정작 현장의 판단은 여전히 사람의 경험과 직관에 크게 의존한다. 진짜 문제는 데이터의 ‘양’이 아니라, 흩어진 데이터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의미를 바탕으로 일관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골격’이 없다는 데 있다.


1. 데이터는 넘치는데, 판단은 왜 느린가

지난 10여 년간 제조 현장의 디지털화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설비마다 센서가 설치되고, 공정마다 데이터가 축적되었다. 그러나 데이터가 늘어난 만큼 의사결정의 속도와 품질도 개선되었는가를 묻는다면, 많은 현장은 선뜻 그렇다고 답하지 못한다. 데이터는 쌓였지만 판단은 여전히 느리다.

병목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시스템의 단절이다. MES·ERP·SCADA·품질·설비 데이터는 서로 다른 스키마와 코드 체계에 갇혀 있어 하나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도 여러 시스템을 오가며 데이터를 대조해야 한다. 둘째는 의미의 부재이다. 같은 ‘온도’ 값이라도 어느 설비의, 어느 공정의, 어떤 상황에서 측정된 것인지에 따라 의미는 완전히 달라진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스템은 숫자만 저장할 뿐, 그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이해하지 못한다. 데이터에 의미가 연결되지 않으면 기계 역시 스스로 추론할 수 없다. 셋째는 암묵지에 대한 의존이다. “이 진동 패턴이면 베어링을 점검해야 한다”와 같은 숙련자의 판단 기준은 문서와 개인의 경험 속에 흩어져 있어 체계적으로 축적되거나 재활용되지 않는다. 숙련공이 은퇴하면 그 지식도 함께 사라진다.

결국 제조 현장은 ‘데이터는 있지만 지능은 없는’ 상태에 머물게 된다. 제조 AX의 병목은 흔히 생각하듯 AI 모델의 성능이 아니라, 데이터를 지식으로 연결하고, 그 지식을 판단으로 이어주는 구조가 없다는 데 있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구조를 네 가지 축으로 살펴본다. 데이터를 연결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온톨로지와 지식그래프, 판단을 분업하는 멀티 AI 에이전트, 사람과 AI가 협력하는 Human-in-the-Loop 그리고 실 행 전에 의사결정을 검증하는 디지털 트윈이다.


6.png

2. 흩어진 데이터에 ‘의미’를 부여하다

데이터 통합의 첫 과제는 포맷을 통일하는 일이 아니라 의미를 정합(整合)하는 일이다. 서로 다른 시스템이 같은 대상을 다른 이름으로 부르고, 같은 이름을 서로 다른 의미로 사용하는 한, 아무리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도 기계는 이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없다.

온톨로지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해결하기 위한 접근이다. 온톨로지란 설비·공정·제품·품질·자재·이상 등 제조 도메인의 개념과 그 사이의 관계를 기계가 해석할 수 있도록 형식화한 지식 체계다. 예를 들어 ‘설비는 공정을 수행하고, 공정은 수율에 영향을 미치며, 이상은 불량을 유발한다’와 같은 관계를 명시적으로 정의한다.

지식그래프는 온톨로지를 기반으로 실제 데이터를 연결해 구축한 결과물이다. 데이터를 단순한 표의 행과 열이 아니라 ‘주어-관계-목적어’ 형태의 연결망으로 표현한다. 다시 말해 공장을 스프레드시트가 아니라 하나의 관계망(network)으로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표준이다. 온톨로지가 사내 방언에 머무르면 부서나 시스템을 넘는 순간 다시 단절된다. 데이터의 재사용성과 상호운용성을 제시하는 FAIR 원칙1), 제조·산업 분야의 공통 온톨로지를 표준화하는 IOF2), 지식그래프를 질의하기 위한 표준 언어인 SPARQL3)은 이러한 체계를 뒷받침하는 핵심 기술 기반이다. 또한 지식은 RDF와 OWL4) 같은 웹 표준 위에 표현될 때 비로소 조직 전체가 공유하고 재사용할 수 있는 자산으로 축적된다.

그 결과 질문의 성격 자체가 달라진다. “A라인 증착 챔버의 이상이 어느 제품군의 수율에 영향을 미치는가?”와 같이 여러 시스템에 흩어진 정보를 사람이 일일이 대조하며 확인해야 했던 질문에 대해, 지식그래프는 관계를 따라가며 즉시 답을 도출할 수 있다. 데이터가 단순히 ‘통합’되는 수준을 넘어 서로 ‘연결’되는 순간, 비로소 기계의 추론(reasoning)이 가능해진다.

1) FAIR(Findable·Accessible·Interoperable·Reusable): 데이터를 찾기 쉽고, 접근·상호 운용·재사용 가능하게 관리하기 위한 국제 데이터 원칙(2016)

2) IOF(Industrial Ontology Foundry): 제조·산업의 상호운용 가능한 표준 온톨로지를 개발하는 국제 협력체. 미국 NIST 등이 참여

3) SPARQL: RDF 지식그래프를 조회하는 W3C 표준 질의언어. SQL이 관계형 DB를 조회하듯 그래프를 조회한다.

4) RDF·OWL: 지식을 ‘주어–관계–목적어’ 삼중항과 논리 관계로 표현하는 W3C 웹 표준 데이터 모델(RDF)과 온톨로지 언어(OWL)


8.png

3. 단일 모델에서 ‘협업하는 에이전트’로

제조 의사결정은 하나의 질문이 아니라 여러 전문 판단의 결합이다. 품질 분석, 생산계획 수립, 설비·자재 운영, 공정 리스크 평가, 안전 관리, 보고서 작성은 서로 다른 데이터와 규칙, 전문성을 요구한다. 이 모든 업무를 하나의 거대한 모델에 맡기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고, 정확도와 유지보수성도 함께 떨어질 수 있다.

현실적인 대안은 분업형 에이전트다. 각 에이전트는 자기 도메인의 데이터, 예측 모델, 지식그래프에 특화되어 좁고 깊은 판단을 수행한다. 품질 분석 에이전트는 불량 위치와 추이를, 설비·자재 에이전트는 자재 소요와 정비 시점을, 공정 리스크 에이전트는 수율과 공정 위험을 담당하는 식이다.

이들을 하나의 업무 흐름으로 묶는 것이 오케스트레이션(orchestration)이다. 상위의 운영 에이전트(Operations Agent)는 운영자의 의도를 이해해 과업을 분해하고, 적합한 하위 에이전트에 작업을 배분한 뒤, 결과를 통합해 하나의 답으로 정리한다. 이는 지휘자가 여러 연주자를 이끌어 하나의 곡을 완성하는 과정과 같다.

각 에이전트는 예측 모델과 지식그래프에 더해 LLM5)과 RAG6)를 함께 활용한다. 범용 LLM이 인터넷의 방대한 텍스트를 바탕으로 일반적인 답을 생성한다면, RAG는 사내 표준작업서, 공정 문서, 품질 보고서 등 신뢰할 수 있는 내부 문서를 검색해 답의 근거를 제시한다. 이는 환각(hallucination)을 줄이고, 답변의 근거와 출처를 명확히 하는 실무적 장치다. 

에이전트가 외부 도구와 데이터에 연결되는 방식도 점차 표준화되고 있다. MCP7)와 같은 개방형 프로토콜은 에이전트가 사내 시스템과 API에 안전하고 일관된 방식으로 접근하도록 지원한다. 결국 핵심은 ‘똑똑한 챗봇’이 아니라, 검증된 데이터와 모델, 지식에 기반해 역할을 분담하고 협업하는 지능형 판단 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


9.png


5) LLM(Large Language Model): 대규모 텍스트로 학습해 언어를 이해·생성하는 거대 언어모델

6) RAG(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외부 문서·DB를 검색해 근거로 삼아 답을 생성하는 방식. 환각을 줄이고 최신성·출처 확보

7) MCP(Model Context Protocol): AI 에이전트가 외부 도구와 데이터에 표준화된 방식으로 연결할 수 있는 개방형 프로토콜

 

8) HITL(Human-in-the-Loop): AI의 판단 과정에 사람의 검토·승인을 개입시켜 신뢰성과 통제를 확보하는 설계

 

4. 사람을 대체하지 않고, 

사람의 판단을 돕는다

제조 현장에서 AI가 신뢰를 얻으려면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안전과 품질, 납기가 걸린 의사결정에서 근거 없는 예측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블랙박스가 제시한 확률값만으로 생산라인을 멈추거나 정비 시점을 앞당길 현장 관리자는 많지 않다.

Human-in-the-Loop8)는 이 문제를 시스템 설계로 해결한다. AI는 분석과 제안을 수행하고, 최종 판단과 승인은 사람이 내린다. 대신 AI는 어떤 신호를 근거로 판단했는지, 과거 이력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어떤 규칙에 부합하거나 위배되는지를 함께 제시한다. 이때 지식그래프는 설명가능성(Explain-ability)9)을 뒷받침하는 핵심 기반이 된다. 관계를 따라 판단의 근거를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구조는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한다. 첫째는 신뢰와 통제다. 사람이 최종 결정권을 갖기 때문에 현장은 AI를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도구로 활용하면서도 책임의 주체를 유지할 수 있다. 둘째는 지속적인 학습이다. 사람의 판단은 다시 데이터가 되어 모델과 규칙을 개선하고, 그 결과 AI의 성능도 함께 향상된다. 사람과 기계가 서로를 발전시키는 공진화(co-evolution)의 선순환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접근은 국내 제조업이 직면한 인구구조 문제에도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고령화로 숙련공이 은퇴하면서 발생하는 ‘기술 전수의 단절’을 숙련자의 판단 기준과 노하우를 지식으로 자산화함으로써 완화할 수 있다. 신입 작업자 역시 이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숙련자의 판단을 지원받을 수 있어 현장의 경험 격차도 점차 줄어든다.

요컨대 지향점은 ‘사람 없는 공장’이 아니다. AI의 역할은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판단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만드는 것이다. AI의 자율성과 사람의 통제가 하나의 의사결정 체계 안에서 조화를 이룰 때, 제조 현장은 비로소 AI를 신뢰할 수 있다.


11.png

9) 설명가능성(Explainable AI, XAI): AI가 도출한 판단의 근거와 과정을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제시하는 성질

 

5. 의사결정을 미리 시뮬레이션하다

좋은 판단은 ‘해보기 전에 결과를 보는’데서 나온다. 디지털 트윈은 현재의 공정 상황을 가상 공간에 재현하고, 다양한 계획안을 사전에 시뮬레이션해 그 결과를 비교·분석할 수 있다. 실제 생산라인을 멈추지 않고도 ‘이렇게 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가’를 미리 확인할 수 있다.

그 전제는 상황인식이다. 여러 출처의 상황 정보를 하나의 공통상황도(COP, Common Operational Picture)10)로 통합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한 화면에서 공유한다. 실시간 모니터링·이벤트 처리·경보 관리·워크플로우는 모두 공통상황도를 기반으로 작동하며, 디지털 트윈은 이를 입력으로 활용한다.

흐름은 다음과 같다. 설비 이상 징후로 잔여수명(RUL11))의 저하가 감지되면, 지식그래프는 영향을 받는 제품과 공정을 즉시 식별한다. 디지털 트윈은 정비 시점을 달리한 여러 시나리오(Plan 1·2·3)를 시뮬레이션해 납기·수율·비용·리스크를 비교·분석하고, 최적의 대안을 제시한다. 마지막 판단과 승인은 사람이 내린다.

이 모든 계산이 현실과 일치하려면 표준 기반의 연계가 필요하다. 설비·시스템 간 통신 표준인 OP C UA12), 경영·제조 시스템 연계 표준인 ISA-9513) 그리고 설비종합효율(OEE)14)과 같은 현장 지표가 디지털 트윈의 입력이자 검증 기준이 된다. 시뮬레이션은 현실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반영하고 교정할 때 비로소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제공한다.


13.png


10) COP(Common Operational Picture): 여러 출처의 정보를 하나의 화면에 통합해 공유하는 공통 상황도

11) RUL(Remaining Useful Life): 설비·부품이 고장에 이르기까지의 잔여수명

12) OPC UA: 이기종 산업 설비와 시스템 간 데이터를 표준화된 방식으로 주고받는 산업용 통신 규격

13) ISA-95: 경영 시스템(ERP)과 제조 운영 시스템(MES) 간 연계 방식을 정의한 국제 표준(IEC 62264)

14) OEE(Overall Equipment Effectiveness) 가동률·성능·양품률을 종합해 산출하는 설비종합효율 지표

 

6. 통합 아키텍처가 그리는 

제조 지능의 골격

지금까지 살펴본 네 축, 즉 의미를 부여하는 온톨로지, 판단을 분업하는 에이전트, 사람과 협업하는 HITL(Human-in-the-Loop), 결정을 검증하는 디지털 트윈은 각각 따로 존재할 때보다 하나의 구조로 맞물릴 때 비로소 제 역할을 한다. 위 아키텍처

(그림 7)는 이러한 통합 구조를 보여준다.

아래에서 위로 살펴보면 전체 흐름이 분명해진다. 현장의 데이터는 데이터 지능 계층에서 수집·정제된 뒤, 온톨로지를 통해 의미를 부여받는다. 그 위의 상황 인식·운영 계층은 실시간 상황을 통합하고 디지털 트윈을 운영하며, AI 에이전트 계층은 이를 바탕으로 역할을 분담해 의사결정을 수행한다. 그 결과는 의사결정지원 서비스를 통해 각 사용자에게 전달되며, 그림 7 오른쪽의 보안·연계 인프라15)는 모든 계층을 일관되게 지원한다.

골격의 핵심은 어느 한 제품이 아니라 순서와 관계에 있다. 데이터에 의미를 부여하고(온톨로지), 그 의미를 바탕으로 역할을 분담해 판단하며(에이전트), 사람의 승인으로 결과를 검증하고(HITL), 그 경험을 다시 지식으로 축적한다(공진화). 국내에서도 데이터 지능 엔진, 실시간 상황 인식, AI 에이전트 계층을 이러한 흐름으로 통합한 이씨마이너의 AIDA(AI Data Analyzer)와 같은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다.

지향점은 분명하다. ‘사람 없는 공장’이 아니라 사람의 판단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만드는 공장이다. 혁신의 본질은 화려한 AI 모델 자체가 아니라, 흩어진 데이터를 지식으로 연결하고 지식을 다시 판단으로 이어주는 구조에 있다.

15.png

jspark@ecminer.com

카테고리

카테고리
현재(2019~)

월간 표지

이달의 광고업체

이달의 광고업체
  • 크로네코리아

  • 코쉽